
우리대학 조경은 교수(멀티미디어공학과)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대학IT연구센터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인 소환현실 플랫폼 연구와 교육을 위한 연구센터를 설립한다. 사업금액은 추가 지원까지 포함해 최대 약46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교육연구 프로젝트다.
학사는 물론 석사과정까지 우리대학에서 마친 동국의 브레인인 조 교수가 창조경제 기술개발의 선봉장이 되어 우리대학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장마가 그치고 무더운 열기가 다시 찾아온 여름날,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조경은 교수를 만났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넘어서는 ‘사람을 향하는 따뜻한 기술’을 개발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NUI(Natural User Interface)와 NUX(Natural User Experience)가 무엇인지 가장 쉽게 설명해준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는 첨단기기인 장갑을 끼고 화면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컴퓨터를 조종한다. 이에 비교하자면 현실의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의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우리나라의 경우 더더구나 갈길이 멀다.
우리는 아이폰의 시리나 WII의 게임스틱으로 소환현실을 즐기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시장에서 입체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인테리어 회사가 가상현실을 통해 손님의 요구에 맞춰 집을 꾸며볼 수도 있다. 조경은 교수의 연구목표는 이와 같은 소환현실 기술을 컴퓨터로 미리 조성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창의적인 미래기술 개발을 서둘러야만 국가적인 경쟁력 뿐만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소환현실을 응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기술의 목적은 결국 인간의 행복이죠. 제가 이번 사업을 통해서 개발할 실감형 소환현실 플랫폼 소프트웨어도 결국 사람을 향해 있어요.”
조 교수가 말한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실제로 소환현실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복잡한 첨단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에게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직관적이고 쉬운 실감형 인터랙션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기술’. 오랫동안 동악을 거닐며 부처님의 자비를 몸소 체득한 것일까? 기술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조 교수의 웃음에는 인자함이 가득했다.
자기본위와 자기객관화, ‘참스승’의 마음
참스승이란 제자를 무조건 품에 안는 사람이 아니다. 잘한 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칭찬하지만,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꾸짖어야 한다. 조경은 교수는 우리대학에 입학하고 교수가 된 지금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히며 살아왔다. 조 교수의 입장에서는 도전의식이 부족한 학생들이을 보며 안쓰럽고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전공 선택부터, 대학원 진학까지 너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타인본위의 삶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요. 스스로가 삶의 중심이 돼야 해요.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연구자로 살아오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조 교수는 ‘마땅히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힘든 내색을 하다보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기객관화를 통해서 삶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인터뷰의 시작부터 끝까지 조경은 교수는 말 그대로 침착하고 차분한 어투로 이번 과제선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차근차근 연구목적과 목표를 설명해 주었고, 냉철하게 학생들의 의지부족을 나무랐으며, 무엇보다도 겸손하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지 않았다.
조경은 교수의 이번 과제 선정은 우리대학으로선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반도체 분야의 강태원 교수나 이진구 교수의 SRC(우수연구센터) 운영이 이어졌지만, IT 분야의 연구센터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학내에서 조경은 교수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또,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동력이 창조적인 미래기술 개발이기 때문에 외부의 관심도 크다.
조경은 교수는 이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번 과제를 수행하려고 한다.이번 ITRC 는 무엇보다 인간의 오감을 통한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해낼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애플이나 구글의 인재들처럼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인재들이 이번 과제를 통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취재, 글 = 이경운 (신문방송 4)